11월 20일 새벽 2시경 남편의 다급한 목소리에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불난 것 같아! 어서 일어나서 옷입고 나가야해!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도 하지 못하고 외투만 걸친 채 맨발의 아이를 안고 서둘러 출입문을 연순간 이미 계단은 연기로 가득차 있고 매캐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저희집은 저층인편이라 서둘러 1층으로 내려갈 수 있었고, 이미 놀이터에 모여계신 다른 입주민들은 걱정스런 눈빛으로 3층을 쳐다보고 계셨습니다.

다행히, 화염은 보이지 않았고 들어가도 괜찮다는 소방관님의 말씀으로 40분정도 지나서야 집으로 다시 들어갈 수 있었고 마음이 진정되지 않은 채로 하루를 보냈습니다.

이후 아파트 관리 사무소의 게시안내문을 통해 그날밤 화재에 대한 사실과 윗집 할머니를 통해 좀더 상세한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날.. 화재가 발생한 세대의 맞은 편 집의 애기아빠가 화재 사실을 인지하고 본인 집 소화기로 1차 화재 진압을 하였고 그 덕분에 더 크게 번지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후 소방차가 출동하였고 다행히 다친 분들도 없고 전소되지 않게 되었습니다.

화재가 발생한 집은 연세가 아흔이 넘는 노인분 홀로 계신 집이라 초기 화재진압이 되지 않았더라면 매우 위험한 상태가 되었을 텐데 초동 대처가 워낙 빨리 되어 아파트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모두 구할 수 있었습니다.

아파트 입주민으로서 저희들이 감사함을 표시하는 것은 오다가다 목례정도 밖에 없지만, 이런 분이 우리의 이웃으로 계신다는 사실만으로도 참 좋은 동네에 살고 있구나 싶습니다. 그리고 그 이웃 분이 강동구청 직원 분인 것 같은데 참 좋은 동네에 참 좋은 직원 분이 계시는 강동구 라고 생각합니다.

구정 곳곳을 살펴주시느라 늘 바쁘신 구청장님이시만 만약 이글을 보신다면, 이런 분이 자랑스런 강동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십사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개인정보들이 좀 있어 여기 홈페이지 내용에는 세세하게 아파트명이나 호수들을 알려드릴순 없지만, 필요하시다면 적극 협조해드리고 싶습니다.)